명함 속의 저는 한 회사의 사장입니다. 제 머릿속의 저는 게임개발자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의 저는 게이머입니다.
<이와타 사토루. 2005년 GDC 기조연설 중>
영원한 게이머, 이와타 사토루
이와타 사토루가 세상을 떠난 지 8년이 되어 갑니다. 지난 2005년 GDC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보다가 세문장 "On my business card, I am a corporate president. In my mind, I am a game developer. But in my heart, I am a gamer."를 듣고 감동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 당시 이와 사토루의 말을 들었던 세계 모든 게임개발자들의 가슴이 뜨거워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게임개발 실무에 지쳐서 잊고 있었던 게이머로서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겠죠.
천재 프로그래머
이와타 사토루는 닌텐도의 전 회장이자 대표로서, 대표적인 게임 시리즈인 '마리오', '젤다의 전설', '포켓몬스터' 등을 개발하면서 전 세계 게임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일본 삿포로에서 태어난 이와타 사토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HP-65 프로그래밍 가능 계산기로 간단한 게임을 제작했고, 도쿄공과대학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던 시절, 닌텐도 외주업체인 HAL연구소에 시간제 프로그래머로 고용되어 일합니다.
이와타 사토루는 1982년 졸업 후 HAL연구소에 정식 합류하고, 새로 출시된 NES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용 게임을 개발하게 됩니다. 당시 기술로는 NES 카트리지에 매우 적은 양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었는데, 'NES 오픈 토너먼트 골프' 게임의 모든 내용을 NES 카트리지에 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개발 난이도가 높아 많은 게임개발사들이 문제해결을 포기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와타 사토루는 자체 데이터 압축기술을 고안하여 1Mb 미만의 카트리지에 18홀 골프 콘텐츠를 모두 넣는 데 성공하고 닌텐도에 큰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이후 HAL 연구소가 파산하고 이와타 사토루는 닌텐도에 합류하게 됩니다. 이 시기 '포켓몬스터 금, 은' 시리즈 개발에도 도움을 줍니다. 당시 게임보이 카트리지 용량이 부족하여 포켓몬스터 관동지방의 데이터를 빼고 성도지방 데이터만 넣기로 했는데, 이와타 사토루가 열흘동안 짬짬이 개발한 압축 프로그램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이 압축 프로그램 덕분에 게임보이 카트리지에 관동지방의 배경, 지도, 포켓몬스터 등을 넣을 수 있게 되었고, '포켓몬스터 금, 은'은 시리즈 역대 최고의 완성도였다는 평가를 받는데 기여합니다.
닌텐도를 혁신의 발상지로 만들다
이와타 사토루는 2000년 닌텐도 경영기획실장으로 입사하고, 2002년 닌텐도의 사장이 됩니다. 당시 닌텐도 게임큐브의 판매 부진으로 닌텐도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에 이와타 사토루는 전통적인 방식의 게임기를 개발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후속 게임기를 구상하고 개발합니다. 그리고 닌텐도 Wii가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열혈 게이머에게 어필 가능하도록 기기의 성능개선을 중심으로 경쟁 발전하는 레드오션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는 라이트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게임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게임기 개발을 진행합니다. 이와타 사토루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비싼 하드웨어나 복잡한 조작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믿었으며, 이것이 게임산업의 블루오션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게임철학에 따라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게임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게임 컨트롤러를 리모컨 형태로 만들고, 'Wii 스포츠', 'Wii 피트', 'Wii 파티'등 격식 없는 게임을 제작하여 판매합니다. 동시에 "Wii Would Like to Play"라는 마케팅 캠페인으로 Wii가 쉽고 재미있는 게임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와타 사토루는 Nintendo DS, Wii, 그리고 3DS 시대의 성공을 지휘했을 뿐만 아니라, 닌텐도가 Nintendo Switch로 성공을 거두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도 크게 관여했습니다. Nintendo Switch 직전 Wii U의 실패로 막대한 손해를 보았지만,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알아보는 프로토타입 역할을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주는 게임을 만들려는 마음과 전통적인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을 시도하는 이와타 사토루의 도전정신은 닌텐도의 DNA에 새겨져 황금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쉽고 재미있는 게임
이와타 사토루의 게임철학은 '쉽고 재미있게'입니다. 이와타 사토루는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게임을 고급 지식이나 높은 난이도로 제한하지 않고, 가능한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 결고 이와타 사토루가 만든 게임은 진입 장벽이 낮았습니다. '마리오'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무대와 전투를 통해 쉽고 재미있는 게임플레이를 제공했고, '동물의 숲' 시리즈에서는 캐릭터와 자연환경을 활용한 즐거운 일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의 게임은 모든 연령층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기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이와타 사토루는 게임을 단순한 상품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와타 사토루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단순한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멋진 그래픽도 중요했지만, 경험과 공감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과 가치를 공감하고 경험하며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닌텐도만의 게임성은 이와타 사토루의 게임철학에서 시작되고 완성되었고,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게임의 매력을 전달하고자 했던 이와타 사토루의 노력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게임이 거대한 산업이 되고, 매출상승을 위해 BM(비즈니스모델)이 고도로 상업화되고 있는 요즘, 이와타 사토루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직업으로서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로서,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로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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